우리 회사의 진짜 돈은 무엇? 기능통화, 제대로 알고 결정하기

'기능통화'란 무엇일까요?

글로벌 시대, 기업의 활동은 국경을 넘어 다양한 통화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는 단 하나의 기준 통화가 필요하죠. 이처럼 기업이 영업활동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데 사용하는 주된 통화를 바로 '기능통화(Functional Currency)'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기능통화가 무엇이며 어떻게 결정되고, 변경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기업이면 당연히 원화(￦)로 회계 처리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르는 일부 기업, 특히 해운업이나 무역업처럼 거래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는 곳들은 기능통화를 달러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기능통화(Functional Currency)]: 기업의 영업활동이 이루어지는 '주된 경제 환경의 통화'를 의미합니다. 기능통화 이외의 모든 통화는 '외화(Foreign Currency)'로 분류됩니다.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기업이 자의적으로 기능통화를 선택하는 것을 방지하고,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가장 잘 나타내는 통화를 사용하도록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능통화, 어떻게 결정해야 할까요?

'주된 경제 환경'이란 보통 현금을 창출하고 사용하는 환경을 말합니다. 기능통화를 결정하기 위해 회계기준서는 다음과 같은 지표들을 순서대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1) 주요 지표 (우선 고려)

가) 재화/용역의 가격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 제품 가격을 표시하고 결제받는 통화는 무엇인가?
나) 경쟁요인/법규가 있는 국가의 통화: 우리 제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의 통화는 무엇인가?
다) 원가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통화: 노무비, 재료비 등 주요 비용을 결제하는 통화는 무엇인가?

2) 보조 지표 (추가 고려)

가) 재무활동으로 조달된 자금의 통화: 투자나 대출을 받을 때 사용된 통화는 무엇인가?
나)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을 보유하는 통화: 벌어들인 돈을 주로 어떤 통화로 보관하는가?

핵심은 '보조 지표'를 보기 전에 반드시 '주요 지표'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주요 지표만으로 판단이 명확하다면 보조 지표는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예시/계산: 중동 정유공장의 기능통화 결정

상황: 중동의 정유회사 A는 모든 제품(원유)을 국제 시세에 따라 USD로 판매하고 결제받습니다. 한편, 원가의 45%는 수입 원자재 등으로 USD로 지급되고, 나머지 55%는 현지 인건비 등으로 현지 통화(FC)로 지급됩니다.

분석: 이 경우, 수익 관련 지표는 명확히 USD를 가리킵니다. 원가 지표는 USD와 FC가 혼재되어 있죠. 회계기준에 따라 수익, 원가 등 '주요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익의 영향력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 경영진은 USD를 기능통화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해외 사업장의 기능통화는 어떻게 다를까요?

해외에 지사나 공장(해외사업장)이 있는 경우, 그 사업장의 기능통화가 본사(보고기업)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해당 해외사업장이 얼마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외사업장 기능통화가 '본사와 같다'고 볼 수 있는 경우:

• 사실상 본사의 일부처럼 운영됨 (예: 본사 제품 수입 판매 후 대금 송금 역할만 수행)
• 본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음
• 현금흐름이 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자금 지원에 크게 의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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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장 기능통화가 '본사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경우:

• 상당히 독자적으로 운영됨 (예: 현지에서 자금 조달, 비용 지출, 수익 창출이 모두 이루어짐)
• 본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낮음
• 자체적인 현금흐름만으로 채무 상환이 가능하며 본사 자금 지원에 의존하지 않음

기능통화, 한 번 정하면 바꿀 수 없나요?

기능통화는 기업의 실제 경제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한 번 결정하면 임의로 변경할 수 없습니다.

⚠️ 중요: 기능통화의 변경은 '주된 경제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제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던 통화가 바뀌는 등의 중대한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만약 정당한 사유로 기능통화를 변경하게 된다면, 이는 '회계추정의 변경'으로 간주하여 '전진적용'하게 됩니다.

💡 Tip: 기능통화 변경 시 회계처리
'전진적용'이란,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하지 않고 변경이 발생한 시점부터 미래에 걸쳐 새로운 회계처리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기능통화가 변경된 날의 환율을 사용하여 모든 자산, 부채 항목을 새로운 기능통화로 환산하며, 이렇게 환산된 금액이 새로운 역사적 원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