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IFRS 18: 영업이익 정의 변화와 기업 재무보고 혁신에 대한 심층 분석

2027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 18 '재무제표 표시와 공시'가 전면 시행됩니다.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재무 보고의 근간을 뒤흔드는 '역대급 패치'로 불릴 만큼, 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의 정의와 산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본 글에서는 IFRS 18이 가져올 주요 변화들을 심층 분석하고, 국내 상장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통해 그 잠재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또한, 투자자와 기업이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전략도 함께 제언합니다.

※ 본 보고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IFRS 18, 무엇이 달라지나? 핵심 변경 사항 분석

IFRS 18은 기업의 재무 성과 보고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킵니다. 특히 손익계산서의 구조를 보다 논리적으로 재편하고, 경영진이 사용하는 비공식적인 성과 지표를 재무제표 틀 안으로 끌어들여 정보의 투명성과 기업 간 비교가능성을 대폭 강화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변경 사항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영업이익의 재정의: '잔여 범주(Residual Category)' 개념의 도입

[잔여 범주 (Residual Category)]: IFRS 18에 따라 손익계산서는 영업(Operating), 투자(Investing), 재무(Financing) 세 가지 활동 범주로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여기서 영업이익은 '투자 및 재무 활동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모든 손익'으로 정의됩니다. 이는 특정 항목을 선별적으로 더하는 방식(positive approach)이 아닌, 투자 및 재무 활동과 무관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방식(negative or residual approach)으로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 새로운 정의에 따라, 과거에는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되었던 여러 항목이 이제 영업이익에 포함됩니다. 이는 기업의 영업이익 수치에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예시: 이제 영업이익에 포함되는 주요 항목

• 유형자산 및 무형자산 처분 손익: 공장 설비, 건물, 특허권 등 기업의 비영업 자산 매각에서 발생하는 손익.
• 자산 손상차손 및 환입: 영업권, 기계장치 등 자산 가치 하락 또는 회복에 따른 손익. (예: 기업 인수 후 부진으로 인한 영업권 가치 하락)
• 외환차손익: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손익. (예: 해외 사업장의 외화자산/부채 평가 손익)
• 기부금: 사회공헌활동 등 기업의 재량적 지출 비용.

2. 경영진 성과 측정지표(MPMs) 공시 의무화

[경영진 성과 측정지표 (MPMs: Management Performance Measures)]: 이는 기업이 공식적인 IFRS 기준 외에 '조정 영업이익', 'EBITDA' 등 자체적으로 사용해온 성과 지표를 의미합니다. IFRS 18은 이러한 MPMs를 재무제표 주석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규제는 기업마다 제각기 다른 기준으로 성과를 제시하여 비교가능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되었습니다. 기존의 '원칙 중심 회계'가 경영진에게 넓은 재량을 주었고,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객관적인 성과 비교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기초 영업이익(Underlying Operating Profit)'이라는 자체 지표를 사용하며 외환 헤지 손익, 자산 손상 환입, 구조조정 비용 등을 경영진 판단에 따라 제외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 기업의 MPMs 공시 필수 항목

• 지표의 정의: 해당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한 설명.
• IFRS 기준 수치와의 차이 조정 내역: IFRS 영업이익에서 어떤 항목들을 더하고 빼서 산출했는지 상세히 표시.
• 산출 방식: 구체적인 계산 근거와 과정.

3. '기타' 계정 사용 제한

기존 회계 관행에서 성격이 모호하거나 중요도가 낮은 항목들을 '기타수익' 또는 '기타비용'으로 뭉뚱그려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IFRS 18은 이러한 '기타' 계정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하고, 각 항목의 성격이 명확히 공시되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정보 이용자들에게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입니다.

국내 상장기업 영업이익에 미칠 잠재적 영향: 시뮬레이션 결과

이론적인 변경 사항이 실제 국내 KOSPI 상장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위해, 2024년 재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IFRS 18 도입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습니다. 분석 결과, 새로운 기준이 적용될 경우 다수 기업의 영업이익 변동성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KOSPI 상장기업 시뮬레이션 결과

KOSPI 상장기업 846개사를 대상으로 외환손익과 영업권 손상차손을 영업이익에 포함시키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영업이익 변동률 20% 이상 기업: 263개사 (전체 약 31%)
• 영업이익 변동률 100% 이상 기업: 63개사 (전체 약 7%)

이는 KOSPI 상장사 세 곳 중 한 곳은 영업이익의 앞자리가 바뀔 수 있으며, 특히 7%에 달하는 기업은 흑자/적자 전환과 같은 극적인 성과 변동을 경험하게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주요 변동 요인: 외환손익과 영업권 손상차손

시뮬레이션 결과, 영업이익 변동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인은 외환손익과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두 가지 항목이 영업이익에 직접 반영되면서 기업 실적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 외환손익: 수출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손익이 영업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쳐 실적 변동성이 커집니다. 이는 기업의 본원적인 영업활동과 무관하게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될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 영업권 손상차손: 과거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했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실적 부진 등으로 영업권 손상차손이 발생하면, 이 금액이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차감합니다. 이는 M&A 후 발생한 대규모 영업권 손상이 해당 연도 영업이익을 대폭 감소시키거나 심지어 적자로 만들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주요 기업 사례 분석

✅ IFRS 18 도입 시 영업이익 변화 예상 기업

영업이익 감소 또는 적자 전환 예상 기업:

• SK이노베이션, 아시아나항공, S-OIL: 원유 수입 등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환율 상승 시 외화 부채 평가손실이 커지는 사업 구조 특성상 대규모 외환차손실 반영 시 적자 전환 가능성.
• 롯데하이마트, KT: 과거 대규모 M&A로 인한 영업권 손상차손이 핵심 영업이익에 직접 반영되어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 있음.

영업이익 증가 또는 흑자 전환 예상 기업:

• 한화비전, 지누스, 후성: 대규모 외환차익이 반영되면서, 기존 적자였던 영업손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음.

이러한 사례들은 IFRS 18 도입이 단순히 회계 장부상의 변화를 넘어, 기업의 성과가 시장에 인식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투자자와 기업 실무자 모두에게 새로운 대응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투자자와 기업을 위한 선제적 대응 전략

IFRS 18 도입이라는 거대한 환경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 각 이해관계자는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변화 적응을 위한 핵심 대응 방안을 소개합니다.

1. 투자자 관점: 재무제표 분석의 새로운 접근

Step 1: 영업이익 숫자 너머 이익의 질 평가
공시된 영업이익 수치 자체에만 얽매이지 마세요. 이제는 영업, 투자, 재무 범주별로 세분화된 손익 구성 내역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익의 실제 질(Quality)과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Step 2: 변동성의 실제 원인 파악
영업이익이 크게 변동했을 때, 그 원인이 지속가능한 핵심 영업활동의 성과인지, 아니면 자산 처분이나 외환손익과 같은 일시적이고 비경상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변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습관이 기업의 본질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이 될 것입니다.

Step 3: MPMs 공시 적극 활용
경영진이 주석으로 제시하는 MPMs는 매우 유용한 정보원이 될 수 있습니다. IFRS 기준 영업이익과 MPMs 간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여, 경영진이 바라보는 회사의 핵심 성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경영진이 제외한 항목들이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해야 합니다.

2. 기업 실무자 관점: 선제적 준비와 소통 강화

Step 1: 영향 시뮬레이션 및 시스템 정비
새로운 기준서가 자사의 재무제표, 특히 영업이익과 핵심 성과 지표(KPI)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면밀히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변경되는 계정 분류와 공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관련 회계 시스템을 정비하는 작업이 시급합니다.

Step 2: 투자자 소통(IR) 전략 재수립
영업이익의 변동성이 커질 것에 대비하여, 투자자들에게 변경된 회계 기준의 영향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새롭게 공시되는 MPMs를 적극 활용하여 외부 요인에 의한 변동을 제외한 회사의 핵심적인 성과 창출 능력을 시장에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IR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결론 및 전망: 새로운 회계 환경에서의 기회 포착

IFRS 18의 도입은 단순한 회계 규칙의 개정을 넘어, 기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본 글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영업이익의 정의 변경과 MPMs 공시 의무화는 국내 상장기업의 재무제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는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를 제시합니다.

핵심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영업이익의 변동성은 불가피하며, 이익의 질(Quality)을 분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 MPMs 공시는 경영진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핵심 정보원이 될 것입니다.
• 투자자와 기업 모두 변화에 대한 선제적 이해와 준비가 성공의 관건입니다.

2027년 1월 1일 본격적인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기업과 투자자들은 관련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다가올 변화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IFRS 18이 가져올 새로운 재무 보고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기업과 투자자만이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